비탈길에서...
두 개의 판 위에 올라가면 다 끝난다. 충분하다는 말과 잊지 말자는 말로 갈라지고, 책임의 직접성과 간접성을 따지며 비난하고 두둔한다. 무능이 죄인지 아닌지, 태도의 문제가 가벼운 것인지 무거운 것인지를 두고 맞선다. 어느새 사람들은 한 쪽 판 위에 올라가 있다. 그리고 그 판의 논리를 따른다. 이 땅에서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은 노선을 정해야 한다.

비탈길은 이태원에서만 가파르지 않다. 저마다의 시소는 한쪽으로 깊이 내려앉아 있다. 그 비탈길에서 정작 사건의 실체는 희미해진다. 그저 피아를 구분하는 단서가 되었을 뿐이다. 비탈길의 사진은 그 ‘희미’에 대한 작은 저항이다.

You may also like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