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에서_동일본대지진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쿄 동북 370km 지점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9미터급 쓰나미가 밀려왔고 순식간에 1만800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후쿠시마 원전도 버티지 못하고 폭발했다. 녹아내린 원자로에서 다량의 방사능이 유출됐다.

쓰나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바닷가 마을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널판지만 흩어져 있었다. 일상 생활은 불가능했다. 통신 두절로 잃어버린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 기름이 남아 있는 주유소 앞에는 긴 행렬이 늘어섰다. 생필품을 배급받기 위한 줄도 길었다. 자전거가 거리를 채웠다. 전기가 끊긴 마을은 캄캄한 밤을 맞아야 했다.

방사능 공포도 위력적이었다. 원자로 노출 소식에 사람들은 공항으로 밀려들었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차량 행렬이 길었다.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대피소에서 얇은 마스크 한 장을 쓰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눈 앞의 참혹함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공포를 동시에 겪어야 했던 후쿠시마에서 인류는 너무 작고 작았다.
쓰나미가 휩쓴 폐허의 처참함보다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공포였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현실화되면서 피해주민들은 보이지 않는 공포와 싸워야 했다. 불안한 사람들은 공항으로 밀려들었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른 도시로 이동했다.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의 호텔은 모두 만실이었다. 이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대피소에서 얇은 마스크 한 장을 쓰고 공포에 떨어야 했다.

공포를 키운 또 하나는 정보의 결핍과 과잉이었다. 재난 지역의 통신 두절로 사람들은 잃어버린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가족을 찾는 메모가 대피소 여기저기에 붙었고 관공서에는 행방불명자를 파악하는 접수대가 마련됐다. 반면, TV는 종일 지진과 쓰나미의 현장을 보도했고, 라디오는 사망·실종자수를 늘리기에 바빴다. 원전 폭발로 방사능 유출이 우려된다는 보도는 끝없이 반복됐다. 꼭 알아야 하는 정보의 결핍 속에 불안한 보도가 종일 들려오는 상황에서 대피소의 불안과 긴장은 유지됐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망가진 생활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다. 식당은 식재료를 공급받지 못해 문을 닫았고 같은 이유로 편의점의 진열대는 텅 비었다. 주유소의 기름이 바닥났고 기름이 남아 있는 주유소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차량행렬이 늘어섰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거리를 채웠다. 먹을거리가 남아 있는 상점에도 긴 줄이 섰다. 난방류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빈 통을 들고 전전했고 전기가 끊긴 곳은 캄캄한 밤을 맞아야 했다. 어렵게 들어오는 전기는 불안정했다. 이 와중에도 폭설은 어김없이 내렸다. 
 
생기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이들에게선 좀처럼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대비한 재난이면서도 전혀 대비할 수 없었던 재난이었음을 깨닫는 것도 어려웠지만 이런 재앙이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사실과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사실은 이들을 끝없는 공포로 밀어넣고 있었다. 
2011.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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